한남동 나인원한남 고메이494, 조용히 숨은 파인다이닝
제대로 된 미식 경험이 하고 싶어진 날, 한남동 '피에세'를 찾았다. 위치는 한남동의 랜드마크인 나인원한남 고메이494 지하 2층. 입구부터 갤러리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데, 흔히 떠올리는 시끌벅적한 푸드코트 구역이 아니라 별도로 분리된 파인다이닝 구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공간의 밀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한남동은 주차 헬게이트로 악명이 높은 동네인데, 이곳은 나인원한남 주차장 2시간 무료 지원(발렛 가능)이 붙어 있다는 점도 실제로 방문해보니 꽤 큰 메리트였다.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약속이라면 이 부분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프라이빗 룸 구조,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공간 구성이다. 일반적인 파인다이닝처럼 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대부분의 좌석이 프라이빗 룸이나 부스석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우리끼리 식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소개팅이나 상견례,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누벨 시누아를 표방하는 코스 구성과 가격
피에세는 '누벨 시누아(Nouvelle Chinois)'를 표방하는 퓨전 중식 파인다이닝이다. 코스는 런치 65,000원부터(시즌별 변동 가능), 숏 코스 130,000원, 디너 코스 165,000원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에 와인 페어링을 더할 수 있는데, 5 glass는 12만원, 논알콜로 구성된 3 glass는 4만원이다.
디너 코스와 와인 페어링을 함께 즐겼는데, 코스 구성이 매우 알차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느꼈다.
디너 코스 실제 후기: 전복 콘지부터 한우·양고기 스테이크까지
코스의 시작은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전복 콘지(죽)였다. 고소한 전복과 바다 향 가득한 김 소스가 빈속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채워주었다. 이어 나온 한우 설깃살 타르트는 비주얼부터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는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육회에 상큼한 귤 소스와 피클을 더해 고소함과 상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맛이었다.
제철을 맞은 방어 요리는 향긋한 시소와 샬롯 드레싱을 곁들여 기름진 방어의 맛을 깔끔하게 살려냈고, 이어서 딤섬 2종(쇼마이, 춘권)과 함께 나온 닭가슴살 육수 차완무시가 이날 코스의 베스트 중 하나였다. 깊고 진한 육수와 부드러운 계란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순간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중반부에는 중식의 꽃인 차슈가 나왔고, 바삭하게 튀겨낸 옥돔 튀김은 시금치와 가쓰오 육수, 누룽지가 더해져 구수하면서도 담백했다. 대망의 메인인 한우와 양고기 스테이크는 굽기 정도가 완벽해 입에서 살살 녹았다. 마무리로는 향긋한 연잎밥과 제철 매생이 굴탕면이 나와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었고, 디저트로 살구씨로 만든 안닝도우 푸딩과 코코넛 아이스크림, 생자몽 망고 퓨레가 긴 코스의 대장정을 산뜻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마지막 파인애플 명화차까지 흐름이 완벽했다.
코스 만족도를 200% 끌어올린 와인 페어링
이날 코스의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려 준 건 단연 와인 페어링이었다.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극대화하는 라인업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그리스 말라구지아(Malagousia) 화이트 와인은 특유의 꿀 향과 배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에피타이저의 입맛을 돋우기에 완벽했다.
해산물과 매칭한 알베르트 비쇼(Albert Bichot) 부르고뉴는 레드 체리의 산뜻한 산미로 생선 요리를 깔끔하게 잡아주었고, 중간의 샴페인은 섬세한 기포로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었다. 저온 압착 방식의 프랑스 상세르(Sancerre) 화이트는 차슈의 기름진 맛과 환상적인 밸런스를 보여주었으며, 마지막 메인 요리에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 소르도(Barolo Sordo) DOCG가 등장해 묵직한 바디감으로 스테이크의 풍미를 완성했다.
총평: 특별한 기념일, 실패 없는 한남동 다이닝
피에세의 디너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잘 짜인 공연을 보는 듯했다.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식재료의 퀄리티와 조리법이 훌륭했고, 무엇보다 음식 맛을 극대화해 주는 와인 페어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특별한 기념일이나 실패 없는 한남동 다이닝을 찾는다면, 피에세 디너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