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에스티우 뜻 — 까딸란어로 '여름', 지중해상점이라는 부제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남동의 스페인 파인다이닝 레에스티우 한남을 다녀왔어요. 이름부터 궁금해지는 곳이라 뜻을 먼저 찾아봤습니다.
레에스티우는 스페인어로 L'ESTIU라고 쓰는데요, 스페인은 지역별로 까스떼야노(까스티야어, 흔히 아는 에스파뇰)·가예고·까딸란·바스코 이렇게 네 가지 언어를 씁니다. 레에스티우는 이 중 까딸루냐 지방의 언어인 까딸란어로 '여름'이라는 뜻이에요. 살짝 프랑스어 느낌도 나는 발음이었습니다.
상호 아래에는 '지중해상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지중해식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찾아가는 길 — 한남동 대사관로, 2차는 라스트페이지 사운즈한남점으로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20길 5입니다.
참고로 2차 장소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도보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어요. 레에스티우에서 식사와 와인 한 잔을 즐긴 뒤,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5층에 있는 라스트페이지 사운즈한남점으로 이동해서 추가로 와인이나 위스키, 칵테일을 마시는 코스가 정말 좋았습니다. 한남동에서 파인다이닝과 바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추천하는 동선이에요.
외관과 인테리어 — 정원 딸린 대저택 느낌
레에스티우 한남은 살짝 정원처럼 꾸며진 외관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날 날씨가 좋았다면 더 예뻤을 텐데 조금 흐려서 아쉬웠습니다. '지중해상점'이라는 이름답게, 정원 딸린 집으로 여행 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외관이었어요.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고, 저희는 2층으로 안내받았습니다. 1층에도 별도 공간과 룸이 준비되어 있었고, 2층에는 통창이 있어서 날씨가 좋으면 정원 뷰와 하늘색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자리 세팅에서는 커트러리와 컵을 놓을 수 있도록 홈이 파인 받침대가 인상 깊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크림톤 위주에 딥그린 메뉴판이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였어요.
메뉴 & 와인리스트에 등장하는 스페인어 뜻풀이
레에스티우의 메뉴판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몇 가지 단어의 뜻을 함께 정리해봤어요.
와인 관련. 까바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샴페인 개념)이에요. Vinos Blancos는 화이트 와인(Vinos=와인, Blancos=흰), Vinos Tintos는 레드와인을 뜻합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스페인산 와인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와인 모임으로도 좋아 보였어요.
메뉴 구성. 코스는 인당 6만원으로 오더할 수 있고, 단품 주문도 가능합니다(방문 시점 기준·변동 가능). 차꾸떼리아(CHACUTERIA)는 우리가 아는 샤퀴테리, 즉 하몽·치즈류예요. 엔뜨란떼스(Entrantes)는 전채요리를 뜻하고요.
전채 메뉴에는 기장 보케로네스, 호세의 크로켓, 천잎 에스칼리바다, 아귀 푸아 테리나, 성게알 알 까바 등이 있었어요. 보케로네스는 스페인어로 앤초비를 뜻하는 '보케론'의 복수형이고, 에스칼리바다는 가지·피망·양파 등을 구운 뒤 올리브유·다진 마늘·소금으로 맛을 낸 스페인 전채요리입니다. 세비체는 남미에서도 접했던 스패니쉬 물회 개념이고, 치피론은 작은 오징어를 뜻해요.
메인은 Especialidades de casa(에스뻬시알리다데스 데 까사), 즉 하우스 스페셜 메뉴로 뿔뽀 아 라 가예가(문어요리)를 재해석한 '남쪽의 봄', 송어 요리 '숲의 향기', 이베리코 베요타 '달콤한 독', 한우 '아로마', 출레똔 '황소' 등 시적인 이름이 붙어 있어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빠에야는 발렌시아나, 참돔과 봄채소, 랍스터와 관자, 창구로까지 재료별로 종류가 다양했고, 마지막 뽀스뜨레(Postres)는 후식을 뜻합니다.
실제 주문한 메뉴 후기 — 호랑이 세비체, 죽합요리, 발렌시아나 빠에야
저희는 전채요리 2개와 메인 빠에야를 주문했어요. 다음에 오면 스페셜 메뉴도 꼭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나온 호랑이 세비체는 숙성 방어, 보리양파, 고추, 고수, 군고구마가 들어간 요리로, 따뜻한 바게트와 향긋한 올리브유가 함께 나왔어요. 지중해식 물회인 세비체는 새콤함이 메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페루 리마에서 먹었던 세비체도 식당마다 신맛의 스펙트럼이 넓었어요), 레에스티우의 호랑이 세비체는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한 맛이었습니다. 소스가 향긋했고 제철 야채와 방어를 빵에 곁들이니 전채(따빠스)답게 입맛을 잘 돋궈줬어요. 함께 시킨 까바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두 번째로 나온 진실된 죽합요리(Unas Navajas de Verdad, 나바하스=죽합, 데 베르닫=진실의·진짜의)는 스페인산 죽합과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에 살짝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였어요. 아스파라거스의 아삭한 식감과 죽합의 쫄깃함, 향긋한 채소와 매콤한 소스가 잘 어우러져서 이날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였습니다.
마지막 발렌시아나 빠에야는 닭고기, 토끼고기, 콩 두 종류, 달팽이가 들어간 스페인식 볶음밥이에요. 평소 해산물 빠에야를 주로 먹었는데, 육류와 콩이 들어간 빠에야는 처음이라 콩 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프란이 많이 들어간 해산물 빠에야가 조금 더 취향에 맞았어요. 와인은 까딸루냐 지방 판사블랑까 품종의 까바, 알타 알레야 브루안뜨 브뤼 나뚜레(2020년산)를 시켰는데, 옅은 황금빛에 배·청사과의 풍미와 플로랄·아몬드 노트, 가벼운 바디감이 좋았습니다. 시중가는 3만 7천~4만원대인데 업장에서는 9만 5천원이었어요(방문 시점 기준·변동 가능).
예약 방법과 한줄평
예약은 캐치테이블로 가능합니다. 콜키지는 병당 5만원이고, 주차와 발렛도 가능하며 개별 룸도 마련되어 있어요. 전문 소믈리에가 있고 특히 카탈루냐 지방 와인을 중심으로 리스트가 다양해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볼 만해요.
한남동 대저택에 위치해 있어 뷰와 공간이 고급스럽고 예쁩니다. 개별 룸이 있으니 기념일 방문지로도 좋을 것 같아요. 정성껏 준비한 재료와 요리로 스페인 정통 다이닝과 와인을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한남동 파인다이닝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