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에 미친놈이 성수동까지 찾아온 이유
저는 꽤 많은 것에 진심인 편인데, 작년부턴 스스로를 '타친놈'이라고 부를 정도로 타코에 미쳐 살고 있어요. 스페인어를 오래 배웠고 중남미로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쌓은 에스빠뇰 문화권 잡지식과 미각을 바탕으로 정말 다양한 타코를 먹어봤거든요.
제가 찾던 건 미국식 타코 프랜차이즈나 피자와 구분 안 되는 아메리칸 타코가 아니라, 멕시코시티(Ciudad de México) 시장에서 쌓아놓고 팔던 바로 그 본토 타코였어요. 한국에서 가장 본토 향이 나는 타코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여정을 떠났고, 그러다 찾은 진짜 타코 맛집 중에서도 주말에 다녀온 성수 맷돌은 역대급으로 부전승 1등을 먹어버렸습니다.
이번 후기는 협찬 없이 순수하게 내돈내산으로 다녀온 솔직한 기록이에요.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사진 퀄리티도 평소와는 조금 다릅니다.
맷돌 성수 - 위치와 매장 정보
맷돌 성수점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덕정길 63 1층 3호에 있어요. 전화번호는 0507-1349-2948이고, 영업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8:00-22:00이며 월요일은 정기휴무입니다.
매장 이름은 'MATTDOL'인데 마지막 음절 O에 아센토(accent)를 사용해서 멕시코 스페인어 느낌을 살렸더라고요. 작고 아담하지만 느낌 있는 업장이에요. 옥수수가 또르띠야의 주재료이다 보니 인테리어 소품도 옥수수와 옐로 컬러 위주로 꾸며져 있어서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앤티크한 느낌의 찬장에는 메스칼(용설란 증류주)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매장 한쪽엔 벵갈고무나무(영어로 Banyan tree)도 있어서 궁금해서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 단체 이용도 가능하고 포장도 가능하며,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 중입니다.
타코 오마카세, 테이스팅 코스 메뉴 구성
맷돌 성수의 핵심은 바로 타코 오마카세, 즉 다양한 종류의 타코를 테이스팅할 수 있는 코스 메뉴예요. 타코를 하나의 요리로서 파인다이닝급으로 깊이 있게 해석했다는 게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본 테이스팅 코스는 1인 39,000원이고, 구성은 다음과 같아요.
웰컴디쉬로 맷돌 과카몰레 딥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타코 4종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참다랑어 토스타다, 펜넬 포크 까르니따스 타코, 갑오징어 토스타다, 시그니처 치즈 비프 타코 순이에요. 하드쉘(토스타다)과 소프트쉘 타코를 번갈아 내어주기 때문에 식감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디저트는 옐로우콘 마사 츄러스 또는 옥수수 크렘브릴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코스 외에 단품 주문도 가능해서, 저는 치킨 아도보 타코와 잠두콩 후무스 & 마차소스를 추가로 주문해서 맷돌의 메뉴를 거의 다 먹어볼 수 있었어요. 고수를 못 드시는 분들은 파슬리로 대체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테이스팅 코스 상세 후기
웰컴디쉬로 나온 과카몰리 딥부터 시작이 미쳤어요. 과카몰리 위에 쉐리비네거로 글레이즈드가 되어 있었는데, 한입 먹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습니다. 아보카도, 양파, 고수, 레몬즙이 갈려 들어가는데 내용물이 이렇게 크리미하면서도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는 건 처음이었어요. 함께 나온 또르띠야 또스따다도 직접 만든 것답게 곡물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살아있었습니다.
첫 번째 타코인 참다랑어 토스타다는 옐로우콘 마사 또스따다에 딜 바질크림 베이스로 참다랑어를 얹고 튀긴 케이퍼로 데코한 메뉴였는데, 전체 코스 중 가장 인상 깊었어요. 원래 소프트쉘 타코를 선호했는데, 여기서 제대로 된 하드쉘을 먹어보고 생각이 바뀔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로 나온 펜넬 포크 까르니따스 타코는 소프트쉘로, 저온에서 오래 조리한 돼지고기를 펜넬 허브와 곁들여 독특한 풍미를 냈어요. 샬롯피클과 청사과로 만든 살사 데 베르데가 어우러져 불향 나는 기름진 맛과 상큼함의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세 번째 갑오징어 토스타다는 블루콘 토스타다에 생 갑오징어를 올리고, 파인애플과 멕시칸치즈가 들어간 소스로 크리미하면서 맵달한 맛을 냈어요. 여기에 시소잎을 올린 게 독특했는데, 셰프님이 멕시코 현지에서 시소 들어간 타코를 먹고 영감을 받아 개발한 메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지막 메인인 시그니처 치즈 비프 타코는 블루콘 소프트쉘에 소갈비와 살사 로하를 버무리고 구운 가지를 곁들인 메뉴로, 타코 데 비리아처럼 육수가 흐르는 기름지고 육즙 가득한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단품으로 추가한 치킨 아도보 타코 역시 사워크림, 치즈, 샬롯피클, 홍고추, 고수가 어우러져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디저트는 츄러스와 크림브륄레 중 하나씩 골랐는데, 옥수수로 만든 크림브륄레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달지만 질리지 않고 초당옥수수 맛이 살아있어서, 다시 간다면 크림브륄레만 먹을 것 같아요.
콜키지 정책과 곁들인 와인
성수 맷돌의 콜키지 차지는 병당 2만원이에요. 업장에서 판매하는 와인도 대부분 병당 5만원 이하라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글라스로 나온 칼테른 피노그리지오를 한 잔 마셨는데, 깔끔한 상큼함이 타코와 정말 잘 어울렸어요.
메즈칼 토닉도 성수 맷돌에서 꼭 챙겨봐야 할 메뉴로, 다른 곳에서는 잘 보기 힘든 구성이에요. 메즈칼 샷 종류도 다양하게 있고, 와인도 글라스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서 코스 중간중간 부담 없이 곁들이기 좋았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추천하나요
타코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 파인다이닝이나 테이스팅 코스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 그리고 미국식으로 보급화된 타코 말고 멕시코 정통의 향과 살사, 고수의 조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성수 맷돌을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해요.
매 타코마다 입에 넣는 순간 여러 맛이 동시에 느껴지고, 새롭고 독특한 시도가 많아서 입과 눈이 동시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단품 메뉴만 따로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코스 위주 구성이 조금 아쉬울 수 있는데, 이 다양한 타코들은 꼭 코스로 순서대로 느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