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고 나면 진짜가 온다 — 겹벚꽃이라는 늦봄의 선물
봄이면 다들 벚꽃 시즌이 끝나는 걸 아쉬워하는데, 사실 그 뒤에 훨씬 진한 색으로 피어나는 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겹벚꽃이다. 몽글몽글 뭉쳐 핀 모습이 마치 분홍색 사탕 같아서, 한 번 보면 왜 진작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일반 왕벚나무 꽃이 지고 나서 딱 2주 정도 지나야 만나는 꽃이라, 벚꽃 시즌이 끝났다고 방심하다가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3년째 같은 장소들을 직접 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해온 결과, 개화 타이밍이 해마다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번 글에서는 그 데이터와 함께 실제로 걸어보고 좋았던 서울의 겹벚꽃 명소 네 곳을 소개한다.
겹벚꽃 개화시기 — 3년치 실제 기록으로 보는 타이밍
겹벚꽃 개화시기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직접 찍어둔 사진첩을 뒤져보니 2024년엔 4월 18일에 이미 활짝 만개한 상태였고, 2025년엔 4월 25일에 꽃이 가장 풍성하고 예뻤다. 해마다 일주일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난 주말인 2026년 4월 12일에 겹벚꽃 명소로 유명한 용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다녀왔는데, 아직 전혀 피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날씨가 갑자기 확 따뜻해지면서, 여름이 예년보다 빨리 온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26년 올해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주 중으로 필 것 같고, 피고 나면 다음 주 주말까지가 서울에서 가장 예쁜 절정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재천근린공원 —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는 조용한 비밀 장소
서울 겹벚꽃 명소 중에서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곳은 양재천근린공원이다. 삼호궁전사우나를 찍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입구 쪽이 서울에서 제일 빨리 피는 겹벚꽃 명당으로 유명하다. 작년 4월 21일 기준으로도 이미 만개해 있었다.
나무는 3그루 정도로 많지 않지만, 꽃이 아주 낮게 드리워져 있어서 인물 사진을 찍기에는 오히려 최고다. 사람이 거의 없고 조용해서 줄 서지 않고 마음껏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양재천과 바로 이어져 있어 산책이나 돗자리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보라매공원 에어파크 — 낮게 드리운 분홍 꽃터널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장소는 보라매공원이다. 에어파크 쪽으로 가면 낮게 드리워진 분홍색 꽃터널을 만날 수 있다. 나무 키가 크지 않아서 꽃송이와 나란히 서서 인생샷을 찍기에 정말 좋다. 돗자리 하나 챙겨서 꽃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분홍색 팝콘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만 현재 메인 로드는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니, 꼭 에어파크 방향으로 진입해서 풍성한 꽃송이들을 감상하는 게 좋다.
국회의사당 사랑재 —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이국적 포토존
다음은 고즈넉한 한옥의 미가 느껴지는 여의도다. 국회의사당 사랑재 쪽은 전통적인 기와지붕 위로 진분홍색 꽃송이들이 아주 탐스럽게 내려앉아 있다. 기와 담장을 타고 흐르는 꽃길 포토존은 마치 경주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줄 정도다.
주말에도 비교적 한적한 편이라 커플 사진이나 가족 나들이로도 좋다. 오전에 방문하면 햇살이 기와를 비스듬히 비추면서 색감이 훨씬 화사해진다. 사랑재 바로 옆의 강변서재 카페도 함께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 나만 알고 싶은 압도적 비주얼
여의도 끝자락에 숨겨진 시범아파트 단지 내 길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이곳은 나무 수령이 오래돼서 꽃송이가 유독 크고 탐스러워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특히 비가 온 다음 날 방문하면 잔디밭 위로 분홍색 꽃비가 가득 내려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만 알고 싶은 장소였지만, 이번 기회에 특별히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