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석촌호수, 즉흥적으로 찾은 와인바
얼마 전 퇴근하고 친구와 함께 석촌호수 근처를 걷다가 문득 와인이 마시고 싶어졌어요. 마침 카페거리 쪽으로 걷다 보니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와인바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별다른 정보 없이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2023년 10월 13일에 문을 연 곳이었고, 제가 방문한 날은 오픈 2주차였어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송리단길 신상 맛집을 가장 먼저 만나본 셈이었죠. 이름은 '트롬바', 주소는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39 2층이고 석촌역 1번 출구에서 474m 거리라 석촌호수 산책 코스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 인테리어
바깥에는 트롬바라는 입간판이 놓여 있는데, 사실 이것만 보고는 키치한 느낌의 가벼운 술집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2층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살짝 어두운 조도에 우드 인테리어와 벽돌 벽면이 어우러진 공간은 런던에서 가봤던 스피크이지바를 떠올리게 했어요. 벽난로가 있는 벽돌집 감성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느껴져서, 저절로 '너무 예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로맨틱한 조명과 찬장 장식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마치 고풍스러운 유럽 가정집에 놀러 와 와인을 마시는 듯한 아늑함이 있었고, 어떤 공간은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영국 런던 서재 느낌도 났어요. 단체로 온다면 벽난로 근처 좌석에 앉아보길 추천하고 싶을 만큼, 잔잔한 음악과 함께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메뉴 구성 — Small dish부터 파스타·리조또까지
트롬바는 이탈리아 기반의 다양한 요리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메뉴는 크게 Small과 Dish(파스타·리조또·초피뇨)로 나뉩니다.
Small 메뉴로는 아스파라거스 구이와 빈스·트러플 마요네즈·페퍼드롭, 컬리플라워 스테이크와 허브 코코넛 소스, 해산물 세비체(단새우·관자살·문어·조개류·백목이 버섯·해초류 등 계절에 따라 변동), 관자구이와 페페로나타·컬리플라워 퓨레, 매콤한 초리조와 브뤼셀 구이(미니 양배추)에 바질 크림소스, 부라타 치즈와 마리네이드 방울토마토·계절과일·바질 오일이 있었어요.
Dish 메뉴로는 감태·새우 까르보나라(칠리페퍼 파스타면), 소이 버터 소스의 삼치구이 파스타(레몬 라임 파스타면), 황금팽이 버섯 보리리조또와 살치살 구이, 와사비 문어 리조또, 해산물 초피뇨(스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맛본 세비체와 까르보나라
저희는 세비체와 감태 새우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접시를 비웠어요. 먼저 하우스와인을 한 잔씩 곁들였는데 세비체와 궁합이 좋았고, 황금빛깔 와인 색도 예뻤습니다. 기본 안주로 나온 올리브도 신선하고 향이 좋았고, 아스파라거스 튀김은 스리라차 마요 느낌의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하고 맛있었어요.
세비체는 예전에 남미 출장길에 본토인 리마에서 자주 먹었던 음식이라 반가웠는데, 남미식 물회라고 할 수 있는 이 요리가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다양하게 변용된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상큼한 베이스 소스에 신선한 해산물과 야채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워주었어요.
뒤이어 나온 감태 새우 까르보나라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꾸덕한 크림에 감태 특유의 살짝 쌉싸름한 맛, 오동통한 새우의 단맛이 어우러져 먹을수록 미소가 지어지는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소스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을 정도였어요.
석촌호수 데이트·소개팅 장소로도 추천
트롬바는 와인 종류도 다양하고 음식 완성도도 높지만, 무엇보다 분위기가 독보적으로 로맨틱한 공간이었어요. 스피크이지바 혹은 런던 해리포터 속 한 장면 같은 바이브라 석촌호수 데이트나 소개팅 장소로도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석촌호수 산책 후 와인 한잔이 생각날 때, 혹은 송리단길에서 분위기 좋은 신상 맛집을 찾고 있다면 트롬바를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