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숫자는 어디서 왔나
여행 정보에는 '건기 11~4월'처럼 기간으로 뭉뚱그린 설명이 많은데, 실제로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도시마다 비 오는 철이 다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기간 대신 월 강수량을 봤어요.
출처는 일본 기상청의 '세계 날씨 데이터 도구(ClimatView)'입니다. 각국 기상 당국이 국제 통보로 보내는 월별 관측값을 지점별로 보여 주는 공개 자료이고, 평년값은 1991~2020년 30년 평균이에요. 14곳 모두 같은 자료·같은 기간이라 서로 바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읽기 쉽게 이 글에서는 한 달 강수 평년값이 60mm 미만이면 '비 적은 달', 60~150mm는 '중간', 150mm 이상이면 '비 많은 달'로 나눴습니다. 각국의 공식 건기·우기 구분이 아니라 비교하려고 정한 기준이에요. 감을 잡자면 같은 자료에서 서울의 7월 평년 강수량은 414mm, 12월은 24mm입니다.
12월에 비 적은 곳, 비 많은 곳
비 적은 달(60mm 미만): 치앙마이 10mm, 방콕 14mm.
중간(60~150mm): 푸꾸옥 77mm, 푸켓 103mm, 오키나와 나하 110mm, 괌 127mm.
비 많은 달(150mm 이상): 보홀 177mm, 세부 178mm, 다낭 210mm, 나트랑 228mm, 코타키나발루 255mm, 쿠알라룸푸르 284mm, 발리 327mm, 싱가포르 333mm.
12월만 보면 '건기 동남아'라고 부를 만한 곳은 태국 방콕·치앙마이 정도이고, 푸꾸옥과 푸켓이 그 뒤를 잇습니다. 베트남 중부(다낭·나트랑)와 필리핀 세부·보홀은 아직 비가 꽤 와요. 다낭은 10월(693mm)·11월(471mm)이 한 해 중 가장 비가 많은 때라, 12월은 그 끝자락에 해당합니다.
1월에는 대부분 줄어들기 시작해요
비 적은 달: 치앙마이 11mm, 방콕 24mm, 푸꾸옥 31mm.
중간: 나트랑 69mm, 다낭 100mm, 오키나와 102mm, 푸켓 102mm, 괌 119mm, 보홀 122mm, 세부 125mm, 코타키나발루 144mm.
비 많은 달: 싱가포르 221mm, 쿠알라룸푸르 231mm, 발리 351mm.
다낭은 12월 210mm에서 1월 100mm로 절반이 되고, 나트랑은 228mm에서 69mm로 3분의 1 아래로 떨어집니다. 1월부터는 베트남 중부도 '중간'으로 들어와요. 발리는 반대로 1월이 1년 중 가장 비가 많은 달입니다.
2월은 다낭·나트랑까지 건조해지는 달
비 적은 달: 치앙마이 10mm, 다낭 17mm, 방콕 19mm, 푸꾸옥 21mm, 나트랑 22mm, 푸켓 49mm.
중간: 코타키나발루 79mm, 세부 86mm, 괌 92mm, 보홀 102mm, 싱가포르 105mm, 오키나와 115mm.
비 많은 달: 쿠알라룸푸르 196mm, 발리 290mm.
겨울 석 달 중 하나를 고르라면 2월이 가장 많은 곳에서 비가 적습니다. 다낭·나트랑을 비 걱정 덜고 가고 싶다면 12월보다 2월이 나아요. 다만 2027년 2월은 설 연휴(6~9일)가 끼어 있어 항공권이 빨리 오를 수 있으니, 날짜부터 먼저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평년값은 평균일 뿐, 최근 두 해의 실제 12월
30년 평균은 '보통 이 정도'라는 뜻이지 해마다 그렇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같은 자료의 최근 관측값을 보면 차이가 꽤 커요.
다낭 12월은 평년 210mm인데 2024년 438mm, 2025년 249mm였습니다. 나트랑은 평년 228mm에 2024년 307mm, 2025년 106mm로 해마다 크게 달랐어요. 발리는 평년 327mm인데 2024년 12월에 850mm가 내렸습니다.
반대로 방콕은 평년 14mm에 2024년 8mm, 2025년 0mm로 거의 늘 말라 있었고, 치앙마이도 12mm와 0mm였어요. 비 적은 곳은 해마다 안정적이고, 비 많은 곳은 해마다 크게 출렁인다고 보면 됩니다. 비가 걱정되는 곳이라면 하루쯤은 실내 일정으로 바꿀 수 있게 여유를 두세요.
비만 보면 놓치는 기온
12월 평균기온은 방콕 27.4℃, 푸켓 27.2℃, 푸꾸옥 27.1℃, 괌 27.8℃로 한여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다낭 22.4℃, 치앙마이 22.5℃, 나트랑 25.1℃는 꽤 선선해요. 오키나와 나하는 19.0℃로 동남아보다는 한국 늦가을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자료로 서울 12월 평균이 0.2℃예요.
평균기온은 낮과 밤을 합친 값이라 한낮은 이보다 높고 새벽은 낮습니다. 치앙마이는 비가 거의 없는 대신 평균 22℃대라 아침저녁에 걸칠 겉옷이 있으면 좋고, 물놀이가 목적이라면 평균 27℃ 안팎인 방콕·푸꾸옥·푸켓·괌 쪽이 맞아요.
비 많은 달에 가게 됐다면
12월 다낭·나트랑이나 겨울 발리처럼 비가 많은 철에 가게 됐다면, 우산보다 손이 자유로운 우비가 이동할 때 편합니다. 휴대폰 방수팩이 있으면 비 오는 날 이동이나 물가 일정에서 마음이 놓이고요.
숙소는 해변 앞만 고집하기보다 비가 와도 다니기 쉬운 시내 쪽을 하루쯤 섞는 것도 방법이에요. 다낭은 미케비치·한강변·구시가지 숙소 동네의 차이를 따로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출발 일주일 전쯤에는 현지 예보를 다시 보세요. 평년값은 계획을 세우는 용도이고, 짐을 싸는 건 예보로 하는 게 맞습니다.